마취중 각성 경험담

최근 어웨이크(Awake) 라는 영화로 갑자기 관심을 받게된 `마취중 각성` 이라는 현상.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마취중 각성경험자이기 때문이다.

뭐 사실 그게 자랑할만한것도 아니고 크게 놀라운일도 -내기준에는- 아니지만,
어웨이크 라는 영화를 보기전에는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던 내가
아 그게 마취중 각성이었구나 라고 알게되어, 정확히 어떤걸까..다른사람들도 있을까..하는 궁금증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런거였던듯~ 이라거나 이런거같아요~ 라는등 안하느니만 못한  piece of shit 같은 답변들만 즐비하여
아 놔..그런 내가 직접 쓸테니 관심있으면 누가 데려다 실험이라도 해봐주쇼? (이건좀 위험할지도..)
라는 마음으로 쓰게되었다.
절대 꾸며낸 얘기도 아니고, 헛소리도 아니다.

시간 : 한..2년쯤 전?
병원 : 강남의 모 외과
수술종류 : 얼굴부위 -미용성형 아님 ㅋㅋ-

일단 줄거리
수술침대에 누웠다. 자잘한 수술경험은 꽤 있었지만 전신마취 경험은 없었다.
의외로 설레거나 떨리지는 않았다. 누구처럼 가슴을 여는 수술이 아니어서인지 수술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않았던듯 하다.
정맥에 마취링거가 꼽혔다. 의사에게 물었다.
'얼마나 있으면 잠드나요?'
'보통은 꼽자마자 잠들죠 ^^ '
그상태로 5분이 지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잠이 안들까.. 하고 있는 사이
주변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물건을 분주히 준비했다.
그사이 마취약으로 팽창된 팔이 져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물었다.
'저..잠이 안오는데요. 팔이 너무 아파요 ㅠㅠ '
'이상하네..' 라는 말과함께 마취투여를 급격히 늘렸다.
마취약으로 혈관이 팽창되고 손가락 끝부터 어깨까지 통증이 밀려왔다.
이게 진짜 마취가 되는건가.. 라는생각을 하는사이
눈앞에 금색 사각형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화면이 펼쳐지면서 마취상태에 빠져들었다.

여기서 중요한건

어웨이크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속 생각을 하고있었다는것.
`아..마취됐구나..이제 수술들어가겠네.'
그리고 영화를 볼때 약간 무서웠던점은, 클레이라는 주인공이 했던 생각과 비슷한알고리즘으로 생각을 유도했다는것.
'좋아..이제 깨지않게 계속 재미있는 생각을 하자..'
몇분은 가능했던듯 싶다.
주변의 간호사와 의사들이 철그럭 거리며 수술도구를 분주히 만지는 소리가 들렸다.
실눈이 떠진 눈에 붙여진 테이프 사이로 수술대 조명이 희미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목구멍 속에 끼워진 산소 호흡기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코에서 목 뒤쪽으로 많은 양의 혈액이 넘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끈적한 볼. 이미 많은 양의 눈물을 흘린 후였다.

영화에서는 눈물을 흘리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주장하는 부분이 있다.

눈물도 흘리면 안되는거였어? =ㅅ=;; 라며 영화를 봤는데..
이미 나도 그 주인공처럼 너무 아파서 억지로 다시 마취상태로 들어가고 싶어 안간힘을 썼다.
일부러 힘도 빼보고..다른생각도 해보고..
하지만 마취라는게 몸만 정지시켰을뿐 뇌의사고는 정지시키지 못한듯,
살을 찢고 쇳조각이 몸에 들락날락하는 고통은 고스란히 느껴졌고, 그사이를 비집고 나와 마취상태로 돌아갈수는 없었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순간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환자 왜이렇게 아파해?' 라는 의사의 말
'나 마취 안됐어! 마취약이라도 더 투여해!! '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성대는 약간의 진동했지만 말을할수는 없었다.
의식이 있다는걸 알리기 위해 목뒤에 고여있는 피를 커억 하며 토해냈다.
그리고 다량의 피가 식도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이때 다시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피 삼키시면 안되는데....'
거기서 난 의외로 대답했다. '네..' (라고 한것 같다.)

난 뇌의 기능은 신호체계라고 믿고 있다. 히어로즈의 사일러처럼 물건을 당기고 사람을 던지는건 아니고,
손이나 눈 다른어떤 기관을 통해서 종합된 정보는 어떤형태로 바뀌어서 혈관과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되고
그 신호를 분석해서 반응하고 호르몬을 내보내는것이 뇌의 신호체계라고 알고있다.
의사의 말을 들은뒤 내 뇌는 혀를 움직이고 숨을 내뱉어서 `네` 라고 해라 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게 실제로 소리가 되었건 되지 않았건 `했다` 라고 리액션이 왔다.
결국 어웨이크라는 영화속 주인공도 이 상태였던듯 하다.

결국 고통과 사투를 벌이다 힘이 빠져 기진맥진한 상태로 수술이 끝나고, 바느질하는느낌이 들었다.
-아마 조금만 길어졌어도 실신했었을것 같다.-
아이언 메이든이라는 고문기계에 갇힌듯 갑갑했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수술후 일반 침대로 옮겨지고난뒤 5분정도후 바로 말을 할 수 있었다.

의사에게 물어봤다.
'저 아까 수술하다가 말하지 않았나요?'
'아니오 전혀요'

그게 마취중각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것인지, 아니면 위에 쓴것처럼 내 뇌안에서만 생겨났던 신호의 오류였는지
알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난 그때 그 현상이 각성이라는 상태였는지도 몰랐고
운없이 마취가 잘안된 상태였던것으로 알고있었고, 수술이 끝난뒤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러웠고, 다시 겪을까 무섭다.
자주 발생하지 않는지는 몰라도, 수술시에 이런경우도 배려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장황하게 써봤다.

by Ninja | 2008/03/31 13:53 | 개인잡설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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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은희 at 2008/03/31 14:19
말한건데 못들었다고 했을수도 ? ㅎ
Commented by Ninja at 2008/03/31 14:21
은희/ㅋ 아마도..=ㅂ= 내가 글엔 안썼어도 이런저런 헛소리 많이 했거든.
부끄랍지 말라고 그래준거일수도 있고..
근데 포스팅이 없네
Commented by 은희 at 2008/03/31 14:39
방금 가입햇는데요
Commented by Ninja at 2008/03/31 15:07
은희/오마이갇
Commented by 시즈-라이덴 at 2008/03/31 21:11
고통이 초큼 심하셨겠는데요..ㄷㄷㄷ 저는 마취하면 곯아떨어져버려서.... 수술마취-> 수술하고 하루가 더 지나야 깨어나더군요. 쩝..... 이런게 좋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南無 at 2008/03/31 22:21
횽아가 그래서 이상한 ㄱ쿠나!!!
Commented by Ninja at 2008/04/01 08:46
시즈-라이덴/ 뭐..앞으로 수술할일이 없음 좋겠지만 ㅠㅠ
저는 시즈님이 더 부럽습니다 ㄷㄷㄷ
나무/횽님은 다리수술할때 어땟슴??
Commented by 南無 at 2008/04/02 14:19
Ninja// 목아지에 삽관을 잘못 했는지 존나 아팠음...
Commented by Ninja at 2008/04/02 15:02
나무/오노 ㅠㅠ
첨에보고 목아지에 삽을 꽂아버린다고 쓴줄알고 깜짝 놀랬네연
Commented at 2008/04/19 21: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Ninja at 2008/04/20 12:52
변호사/비공개글에 글쓰신 분에게만 보일 수 있는 답글을 달 수가 없네요 ^^;
뭐 일단 의료사고라는것도 몰랐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는걸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 ㅠㅠㅠ
이런 상황이 좀 더 대두된다면, 그땐 좀더 제도적인 절차가 마련되겠지요. ;ㅂ;
Commented by ㅇㅇ at 2008/08/27 05:48
원래 그런거 아닌가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거든요
잠이 깨버리고 느낌도 나고 소리도 다 나고 불빛도 희미하게 보이고.
통증은 나진 않았음.
하지만 느낌이 싫어죠 소리랑 느낌이랑 다 느껴 졌으니까 ..
수면 마취 라는ㄱ ㅔ 다 비슷
Commented by Ninja at 2008/08/27 07:58
그러니까요 저도 원래 그런건줄 알았는데 =_=;;
아니라는것 같던데요?
Commented by obs경인tv at 2009/07/25 13:49
안녕하세요. 저는 obs 경인방송국 전설의 시대라는 프로그램에 조효주 작가라고합니다.
이렇게 Ninja님께 연락을 드리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에 마취중 각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재연드라마를 만들고자 하여
사례자를 찾던 중 Ninja님의 수술 도중 마취각성 했던 경험글을 보게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Ninja님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재연드라마로 만들어 보고자 하오니 꼭 좀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

전설의 시대 조효주 작가 010-7123-1351
Commented by Ninja at 2009/08/06 06:53
넹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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